“이재인 씨랑 하는 게 욕 나올 정도로 좋았습니다.” 그녀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게 납득이 안 돼서. 납득이 되거나, 아니면 질릴 때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비서에게 보고받던 재인의 일상은 흠잡을 데 없이 평이했다. 바쁘고, 열심이고. 바꿔말하면 지루해 보이는. 그러니 나랑 놀아, 따분하게 사는 거 그만하고. “연애가 필요하다면 그런 것도 해도 좋고.” 채근하듯 말하자, 재인이 아니요, 라고 입술을 뗐다. “그냥 잠만 자요.” 정도가 속으로 웃었다. 그러니까 잠은 자겠다고. “그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