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실패로 무너지기 직전인 베르테 자작가의 유일한 여식, 아름답고 병약한 로시아. 암울한 상황 속에서 그녀가 가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돈 많은 남자와의 결혼뿐이다. 가문과 가족,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두고 갈등하던 어느 날, 로시아는 제 운명을 바꿀 청혼을 받는데……, “이 나이젤 그라그포드가 그대에게 청혼하겠습니다.” 왕국의 둘째 왕자이자 디안타 공국의 주인인 나이젤 그라그포드 대공. 바라만 보아도 절로 감탄이 흘러나올 대륙 최고의 미인이자 베첼의 유명한 신 포도. “제안은 감사하지만 듣지 못한 것으로 할게요.” “딱 한 달만 나와 만납시다. 분명 그대는 나와 결혼할 생각이 들다 못해 내 발치에 엎드려 빌게 될 테니까.” 속내를 알 수 없는 제안에 휘말린 로시아의 일상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 “저를…… 사랑하시나요?” “글쎄.” 로시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글쎄. 그 단어 하나가 주는 모멸감과 비참함이 더는 덫에 걸린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렇다면 더는 붙잡지 마세요. 전하께는 그럴 자격이 없어요.” 로시아는 나이젤의 손을 밀어내며 중얼거렸다. “전하는 비겁해요. 저는 비겁자를 싫어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