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다 무서운 월요일 아침의 어느 날 대학교 2학년생인 지혜는 모종의 사건으로 낯선 세계 낯선 몸으로 눈을 뜬다. ‘페레이가 아이덴.’ 가주를 잃은 아이덴 자작가의 마님. 보석이 넘쳐나는 휘황찬란한 방의 주인. 스물여섯 나이에 각기 엄마가 다른 소년소녀들의 아름다운 보호자. 아이들은 마녀라 부르고 식솔들은 눈 마주치는 것조차 무서워하는 여자. 지혜는 생판 모르는 타인이 된 것도 혼란스러운데 더 웃긴 것은 빙의된 몸이 평범한 여자가 아니라는 거다. 까도 까도 쉴 새 없이 나오는 몸 주인의 과거.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몸 주인이 저지른 과거를 수습하던 중 밝혀지는 가문의 비밀들. 한편, 변한 그녀의 주위를 맴도는 붉은 머리의 그. “당신은 미쳤어. 미치지 않고서야 나를 그 자리에 앉히다니. 도대체, 나는, 당신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어. 당신처럼…… 나도 미치길 원해? 그게 당신 목적이야?” 알 수 없는 눈빛. 알 수 없는 말. 알 수 없는 감정. 그녀를 저리 밀어내면서도 애써 달아나지 못하는 그. 지혜는 왜인지 유독 그에게서 쉽사리 눈길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모든 비밀이 파헤쳐졌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제 손에 들린 것이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