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기억을 잊은 채 살아가던 아일린, 안개 낀 숲을 헤매던 그녀의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조금 늦었어, 아일린.” 어디서 본 듯 익숙한 얼굴, 뱀같이 빛나는 눈동자의 남자가 말했다. “어찌 됐든 약속을 지켰으니, 이 정도는 넘어가 주지.” 낮고도 서늘한 목소리였다. * * * “그래.”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가 녹을 듯 달콤했다. 그의 손이 아일린의 금빛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듯 움켜쥐었다. 남자가 속삭였다. “네 뜻에 맞게 신을 이용하고, 감히 끝내는 속이려 했던 네 그 감정이 사랑이라면.” 그가 아일린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래, 나 또한 너를 사랑하는구나.” 그녀는 그 순간 깨달았다, 자신은 무슨 짓을 해도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