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모르겠고, 너랑 하면서 살고 싶어.” 사랑은 모르겠다라. 매정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이 남자에게 왜 내 마음은 이토록 흔들리는 걸까. 하영의 붉어진 눈가를 엄지로 쓰다듬으며, 그가 물었다. “싫어?” 절대로 싫다는 대답을 할 수 없다는 걸 그는 알까. “제가… 아내라서, 그래서 저와 잠자리를 갖겠다는 뜻인가요?” 질문의 저의를 파악하려는 듯, 은일은 하영을 깊게, 그저 깊게만 바라보았다. 그러다 말문을 열었다. “네 몸이 좋다는 뜻이야.” 모든 명분을 상쇄시키는 직설적인 고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