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색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일삼는다던 태자의 헐벗은 몸은 군살 하나 없이 탄탄했다. 기녀가 되기 싫어 죽은 오라버니의 이름으로 태자의 호위가 된 단이겸의 얼굴은 사내라기엔 너무 고왔다. 바닥에 부딪히는 통증 대신, 단단한 뭔가에 허리가 감기고 포근함이 느껴졌다. “!” 넘어지려는 순간, 태자에게 안긴 것이다. “너무 취했나?” 태자는 빙글빙글 웃으면서 단이겸의 얼굴을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네가 계집처럼 보이니 말이다.” 이겸은 가슴이 쿵 하고 떨어지고 눈이 절로 휘둥그레졌다. “한데, 너나 나나 사내한테는 관심 없지 않나?” 이겸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내들끼리 이런 장난은 괜찮지?” 이겸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태자가 그녀의 몸을 세워 서로의 얼굴을 바짝 마주했다. 코끝이 부딪칠 듯 말 듯한 거리에서 이겸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