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홍연은 ‘내가 무슨 강아진가.’ 하는 생각을 하며 쭈뼛쭈뼛 손을 내밀었다. 소매 밖으로 나온 하얀 손바닥 위로 짙붉은 주머니가 놓였다. 황제의 단정한 손끝이 그녀의 새끼손가락에 살짝 닿았다 떨어졌다. 분명 그녀가 받고자 한 것은 간택의 탈락을 상징하는 청낭이었다. 그러나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 “어떡해.” 작게 새어 나오는 혼잣말과 함께 붉고 아리따운 홍낭은 결국 그녀의 것이 되었다. 그렇게 예부상서부의 치명적 문제아, 천방지축 서홍연은 언니를 대신해 가면을 쓴 채 얼굴 한번 보이지 않는 황제로부터 재인의 첩지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얄궂은 운명은 가면 너머의 황제와 홍연을 얽어매고 마침내 두 사람은 잔인한 황궁의 암투 앞에 서게 되는데……. 암투에 맞서 결국 냉혹한 칼을 빼 든 황제. 그리고 그 칼 앞에 서게 된 홍연. 과연 홍연은 상처 가득한 황제를 끝까지 품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