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남자 권인후,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여고생 서이진을 만나다. 의뢰인과 수임인으로 만난 두 사람이 ‘지극히 사적인’ 관계로 발전하는 이야기. *** “권인후 씨.” 인후의 입에서 헛웃음이 튀어나갔다. 꼬맹이가 많이 컸네. 권인후 씨? 이게 진짜. “술 취했다고 이젠 아예 맞먹기로 한 건가.” “좋아해요.” “그래, 적당히 가지고 놀다가 제자리에만 놔라. 그 전에 일단 다시 집에 들어가.” 인후는 이진을 돌려세우고 어서 들어가라며 턱짓했다. 그러나 이진은 신경질적으로 몸을 홱 틀어 인후를 마주 보았다. “우리, 키스 한 번만 해요.” 이진은 인후의 표정이 확 굳어지는 걸 보았다. “서이진. 진짜 화내기 전에 그만해라.” “나랑 키스하면 화날 것 같아요?” “그만해, 취했으면 얌전히 잠이나 자.” “해보면 알지 않을까 싶은데. 나랑 도저히 못 하겠어요?” “그만하라고 했지.” “난 할 수 있어요. 아니, 하고 싶어요. 키스든, 섹…….” 인후가 커다란 손으로 이진의 입을 틀어막고 형형하게 쏘아보았다. “너, 미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