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자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해버리고 말았다. 단조롭기 짝이 없었던 삶에, 이런 식으로 막장 드라마 같은 상황이 연출될 줄은. 내가 선택한 결론은 단순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에게 받은 볼품없는 꽃 한 송이. 그 꽃 한 송이에 화답하는 것. “우리 헤어지자.” “나한테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혼자 그렇게 결정해 버린 거야? 내가 잘못한 거 알아. 아는데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이런 식으로 끝내버릴 만큼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너한테는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었어?” “인우 씨 때문에 헤어지자고 하는 게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야?” 추억을 망가트린 건 누구일까. 그일까. 아니면 나일까. 중요한 건, 더는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나, 다른 남자하고 잤어.” 견고하다고 믿었던 관계는 아주 작은 틈 하나로 와르르 무너져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