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정에 충실할 성품도 못 되지만 그런 척할 마음도 없어.” “나도 그쪽이 편해요.” “지금처럼 적당히 즐길 거고.” “마음대로 해요.” “그렇다고 당신을 얌전히 놔둘 생각도 없어.” 주형은 유지의 감정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눈동자를 날카롭게 빛냈다. “세상의 모든 여자를 침대로 끌어들인다는 사람이 아내에게 손끝 하나 대지 않는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주형은 기운이 탁 빠지는 걸 느꼈다. 뭘까, 이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은……. “이 결혼으로 당신이 얻는 건 뭐지?” “해방이요.” 주형은 그녀를 만나고 처음으로 입가에 살며시 드리워지는 미소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