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놈과 양다리 로맨스 <허리 아래 사정> 20년 동안 승하의 소원은 하나였다. 손발 시리지 않은 따뜻한 집에서 편안하게 잠든 재인을 지켜보는 거였다. 잠투정하며 나온 손을 그때그때 이불 안으로 넣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좀 더 일찍 찾아오지 않았음을 반성하며 아홉 살 그날처럼 재인에게 남은 시간을 바치겠다고 충성을 맹세했다. 그의 사랑은 바다에 맹세한 20년 동안 흩어지거나 방향을 바꾼 적 없었다. 그것은 파도처럼 흘러 흘러 첫 마음을 주었던 재인에게 운명처럼 닿았다. “너도 많이 변했어. 몸 따로 마음 따로 그런 가봐?”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승하는 화가 난 얼굴이었다. 재인은 로건이 승하라는 놀라움과 반가움에 앞서 그의 불편한 심기를 살폈다. 느릿하게 움직이는 동작이 먹이를 사냥하는 성난 야수처럼 보였다. 승하가 훅 다가오자 겁먹은 재인이 뒤로 물러섰다. “친구끼리 어디까지 가능해?” 재인은 비아냥거리는 물음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승하가 바들바들 떨고 있는 재인의 가느다란 발목을 붙잡았다. 그가 엄지로 붉은 입술을 어루만졌다. 달콤한 입술로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는 재인의 말이 독한 가시가 되어 승하의 심장을 후벼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