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결혼까지 생각했던 첫사랑 혜란에게 터무니없는 부탁을 받은 준혁. 혜란의 결혼을 깨지 않기 위해 준혁은 졸지에 혜란 남편의 내연녀를 유혹하는 일에 끼어들고 만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상대가 동생이 낸 교통사고를 무마시켜 주기는커녕 감옥에 보내라는 정떨어지는 데다 막무가내인 여자, 설희일 줄이야. 내키지 않는 마음을 억누른 채 준혁은 주변 남자를 전부 정리하는 것과 교통 사고 합의를 조건으로 전혀 제 타입이 아닌, 설희에게 연애하자고 하는데……. “돈 달라고 안 할 테니까 합의하자고요.” “그게 무슨 말이죠?” “애인 있습니까?” “누구? 나요?” “그럼 그쪽이지 조금 전에 나간 그 여자 말이겠습니까?” “흠흠…… 네, 있어요.” “참, 당당하네요.” “흠흠……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뭔데요?” “하…… 그렇죠? 그 정도의 뻔뻔함은 돼야 남의 꽃밭에서 분탕질을 하지. 좋네요, 그 뻔뻔함이.” “그게 무슨…….” “정리해요.” “네?” “그 남자, 정리하라고요.” “하, 무슨 말이 말 같아야 대꾸를 하지. 이봐요, 됐으니까 가요. 그쪽 때문에 지금 비빔밥이 불어 가고 있는 거 안 보여요? 으유, 내가 미쳤지, 미쳤어.” “나랑 합시다.” “…….”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