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장태주고요. 16…살입니다.” 학생 수 고작 네 명뿐인 촌구석 분교에 서울 애가 전학 왔다. 엷은 갈색 머리에 허여멀건한 얼굴, 예쁘장한 외모까지. 누가 봐도 서울 애였다. 동갑내기 한서는 그런 태주가 퍽 간지러웠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나, 느껴 본 적 없는 다정함이나……. “내가 와 느그 집에 가야 되냐고.” 게다가 평소대로 행동하면 금세 시무룩해하는 태주가 또 신경 쓰였다. “한서야. 우리 평생 같이 지내자.” 그래서일까, 그 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울지 어렴풋이 알면서도 “어.” 하고 대답해 버린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