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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권력 윤주[붉은달] 웹소설 전체 이용가 총 43화 4화 무료 39화 유료 (정가/판매가 화당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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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 크고 강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명령하듯 한 힘 있는 목소리와는 달리 입술을 스치던 남자의 손길은 섬세했다. “자신을 아무 남자에게 던지고 싶을 만큼, 그 정도로 싫었다는 말이지?” 남자의 낮은 목소리는 메스의 칼날보다 날카롭고, “우리 약혼이 그만큼 역겨웠다는 말이지.” 메스의 칼날보다 예리했다. 혜석은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급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남자의 말처럼 약혼이 역겹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지 혜석은 문득 반문해 보았다. 그와의 만남을 두려워하기는 했어도, 아니 필사적으로 거부했었다. “변명이든 뭐든…… 말해 보라고,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으니까.” “기억에서 밀어내버리기란 어렵지 않았어요.” 낮지만 단호한 음성이었다. 그, 라는 존재조차 잊고 싶었다. 아니, 15살, 소녀의 기억에서 21살의 그는 이미 사라졌다. 어느 봄날의 오후를 끝으로 소녀의 머릿속에서 그는 깡그리 잊힌 것이다. “변명이든 뭐든 더 말해야 할까요?” 9년 만이었다. 그리고 그 밤 그녀는 제대로 판단할 이성(理性) 따위 없었다. 스스로를 책망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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