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윤수영 씨의 경호를 맡게 됐습니다.” 불쑥 나타나 당신을 지키러 왔다는 남자, 상원. 말도 감정 표현도 없는 그가 이따금 내비치는 서툴고 다정한 모습에 마음이 소란하다. “저한테 금방 정이 들 테니까 조심하세요.” 활짝 웃으며 앞일을 경고하는 경호 대상, 수영. 그녀가 선사하는 모든 처음에 점점 길들여져 견딜 수 없도록 갖고 싶다. 안고 싶다. 모습을 감춘 채 운명처럼 다시 시작된 인연. 상처로 얼룩진 과거가 수면 위에 떠오르고 서서히 드러나는 그날의 진실. “뭐가 이렇게 미치게 좋고 싫어 본 건, 처음이에요.” “나밖에 없다고…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오랜 세월을 건너뛰어 만난 두 사람이 서로에게 천천히 새겨 나가는, 이토록 선명한 무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