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지도를 하나 쥐여 줘,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내게 지우개를 하나 쥐여 줘, 도드라진 국경의 선을 지울 수 있도록 내게 붓을 하나 쥐여 줘, 색이 다른 토지를 하얗게 칠할 수 있도록 이제 그런 가식 웃음은 멈춰 줘 여태 네가 맛본 쾌락을 나눠 줘 기억할 수 있도록 손을 잡아줘 봄을 입은 아이는 가을을 입은 아이를 끌어당기네 여름을 입은 아이는 겨울을 입은 아이를 끌어당기네 모두 손을 잡아 원형을 만들어 서서히 돌고 있는 우리를 봐 서로 다른 색이 어느새 하나의 빛으로 돌고 있는 우리를 봐 언제나 빛은 우리 사이에 있었어 그 빛에다 물을 뿌리면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보라의 띠가 선명히 그려지지 그래 결국 하나였던 거야 비슷하지만 단지 서로 다른 성질을 지녔던 거야 알 수 없는 하얀색 물질로 서로 접착되어 있었던 거야 하얗게 감싸져 있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