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했다. 더 이상 앞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은. 나는 결코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내 곁을 지켜준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치료를 위해 그를 남겨두고 난 한국을 떠났다. 화가가 되어 돌아온 한국에서 떠난 여행길. 기차석에 앉아있던 나는 따가운 시선에 고개를 들었다. 그곳엔 그가 있었다. 날카로운 턱선에 매끈한 콧대, 피곤한 듯 찌푸려진 날카로운 눈매. 눈가가 짙게 그늘져 있었지만 미모를 감출 순 없었다. 짧게 감탄하는데, "감상 다 했습니까? 10년이 지나 또 한 번 마주한 두 사람. 그들은 과연 서로를 기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