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그렇게 힘들어해. 우리 처음도 아니잖아.” 본래 제 것이었다. 서강 그룹 적장자인 아버지가 주제도 안 맞는 여자와 떠나 버리지 않았다면. 아니, 그 여자와 죽지만 않았다면, 서강 그룹은 틀림없이 제 몫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고통과 함께 수반된 증오는 모두 그 여자의 딸, 은희수를 향했다. 희수의 불행이 삶의 목적이 되어 버린 도진. 그런 도진의 경멸을 묵묵히 견뎌 온 희수.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가 널, 사랑하는 것 같아. 희수야.” 더는 그녀의 슬픈 목소리, 공허한 눈빛, 두려운 표정은 그의 기쁨이 되지 못했다. “이젠, 우린 안 돼요.” 그러나, 그녀의 단호한 거절이 도진의 심장에 칼날처럼 꽂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