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선 안됐다. 애초에 시작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처음부터 그를 마음에 품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결국 이러한 결말이 올 줄 알았으면서도. 그럼에도 해원은 그를 품었고, 홀로 짝사랑을 이어갔다. 6개월 동안. 그러나 결과는 어떠한가. “노름꾼 아버지를 대신해 이런 짓까지 마다치 않는 걸 보니 대단한 효녀던데.” “…….” “그래서 유비서가 꽤 궁금해지더군.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얼마나 개처럼 복종할 수 있는지 말이야.” “…….” “큰 기대를 걸었어.” 결국 비참함뿐이 남지 않았는가. 그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그의 욕정을 해소해 주기 위한 장난감이 되고 만 처지를 생각하니, 해원은 돌연 가슴이 저리고 속이 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