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결혼해 주세요." 골덴베르크의 성녀 신시아, 성녀의 삶이 끔찍이도 싫었지만 놓을 수도 없기에 선택한 길은 다름 아닌 청혼이었다. 상대는 전쟁 영웅이자 대공 알페라츠 베릴. "제가 왜 그래야 합니까." "적어도 당신은 날 성녀로 보지 않으니까요." 그는 성녀가 아닌, 신시아라는 인간 자체를 마음 깊이 증오하고 있었다. *** "애초에 처음부터 성녀 따위는 없었던 거예요." 차가운 감옥의 돌바닥에 쓰러진 신시아의 얼굴이 눈물로 얼룩졌다. 진실로 자신이 신의 아이였다면, 성녀였다면 이렇게까지 불행할 수는 없었다. "신은, 날 사랑하지 않아요." 알페라츠는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구는 신시아가 증오스러웠다. 하지만 철창을 잡은 그의 눈빛에는 어느 때보다도 의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신이 당신을 구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