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20호. 위로 올라오세요. 맞선 볼 거니까.” 진창이나 다름없던 지원의 인생은, 그 전화 한 통으로 바뀌었다. *** “수도 없이 널 안는 상상을 했어.” 욕망과 이성이 팽팽하게 줄다리기하는 경계선.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돌아 버릴 것 같고……. 이렇게…….” 잔뜩 억눌린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피할 새도 없이 남자의 입술이 지원의 입술에 닿았다. “키스까지 하면 참을 수가 없어. 그런데 이게 사랑이라면.” 그의 거친 날숨 사이로 야릇한 고백이 흘러나왔다. “사랑인 걸로 할게.” 각자의 목적이 확실했던 결혼이었다. 원하는 것을 달성하면 미련 없이 헤어지기로 약속된, 그런 관계. “떠나지 마, 우지원. 우리 진짜 부부 하자.” 복수뿐인 인생. 그를 끌어들이는 게 불행의 시작이란 걸 알면서도 이 남자가 내민 손을 붙잡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