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하 씨. 누가 여기서 붙어먹재? 얼른 벗지.” 지영헌이 딸처럼 후원해 온 윤성가의 꽃 오서하. 서하는 평생 영헌이 정해 준 길로만 걸어왔다. 그런 서하는 아무리 쓰레기 같은 상대라도 영헌이 결혼하라고 정해 준 사람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우린 집안사람을 이렇게 함부로 대하지 않는데.” 그 순간 서하의 앞에 새로운 길을 열어 줄 사람이 나타났다. 서하는 처음으로 영헌이 아닌 다른 이의 손을 잡기로 결심하는데. *** “용건이 뭐야. 결혼 때문에?” 직설적인 질문에 서하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이 밤에 신발도 못 신고 도망쳐 왔을까.” 서하는 이 순간 꼭 제 인생이 둘로 쪼개진 것 같았다. 저택을 도망치기 전의 자신과, 도망친 지금의 자신. 핏줄은 아니어도 십 년을 오빠로 불렀던 남자였다. 서하는 지금 그 운명을 거스르러 왔다. “오서하….” “도와주세요.” 서하는 간절했다. 윤태무라는 커다란 존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