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2014년 3월에 출간한 전자책의 재간입니다. 문장을 다듬었으나 동일한 내용이므로 구매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남자가 눈을 뜬 아침이었다. 나는 병실 복도 의자에 앉아 있었다. 기억이 없는 남자는 나를 쫓아내고 다른 여자를 불렀다. 새초롬한 눈을 한 여자는 나에게 잔인한 말을 쏟아부었다. 자신이 약혼녀이며 나는 그녀를 지키기 위한 대용품이었다는 것. 그리고 지금까지 남자가 한 말은 모두 연극이었을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도.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슬픔도 없었다. 단지 가슴이 아플 뿐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남자와 처음 만난 거리에 서 있었다. 인도를 꽉 메우던 사람도, 하늘에서 눈처럼 떨어지던 꽃잎도, 귀를 울리던 음악도 사라진 거리는 한산했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꽃축제가 완전히 끝났음을. [미리보기] 잠결에 말랑한 것이 입술을 덮쳐오자 숨이 막혔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자, 금빛 털의 짐승이 조명 아래서 나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알렉이 내 몸 위에서 냉랭하게 말했다. “어디까지 갔어?” “예?” 묻는 의도를 몰라서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알렉이 잡힌 손을 빼내 허리를 다시 만지작거렸다. “이상하게 난 네 몸이 익숙하단 말이야.” “…….”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여기서 진실을 말하면 큰일이 날 것 같아서 침묵했다. 하지만 알렉은 눈치 빠르게 내 침묵을 이해했다. “갈 데까지 갔군.” 알렉이 새파란 눈동자로 날 잡아먹을 듯이 노려봤다. “그런데 왜 우리가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