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그룹의 젊은 회장, 권율. 이유 모를 적의로 자신을 옭아매려는 남자. “난 김유영 씨 도와주고 싶어요. 다만.” 먹잇감을 발견한 짐승의 허기진 눈이었다. 단번에 여린 목을 물어 숨통을 끊어놓을 것 같은. “난 몸만 원하는 건 아니거든. 천천히 합시다. 우리.” “만약에 회장님이 아무것도 얻지 못하면요.” “싫다면야. 어쩔 수 없지.” 그가 내준 길은 선택의 가로가 아니라, 필수불가결한 생존의 한 갈래 길이었다. 늘 그랬다. 무자비하게 넘어트리고, 다정한 척 손을 내밀고, 기대게 한 다음 또 등을 밀어버린다. 밭게 떨리는 눈동자를 마주한 그가 서늘한 미소를 흘렸다. “그럼 잘 버텨 봐요. 김유영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