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장 같이 하얀 창백한 얼굴과 애틋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홍설의 표정 유일한 아킬레스건이 건드려진 강우는 당황했다. *** 말단 회사원, 조폭, 마약 밀매단 등 맡은 임무마다 완벽히 소화했지만, 연인 역할은 사표를 던질망정 윗선의 지시를 철저히 거부했다. “적성에 안 맞습니다.” “이유가 뭔가?” “그냥 알레르기 정도로 넘어가시죠.” 강우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던 실장은 알겠다는 듯 웃었다. “연인 알레르기는 자네 유일한 약점이자 아킬레스건이겠군!” “네?” “현실을 직시하는 자네 같은 강한 남자들이 적응 못하는 병이지! 정신을 흩트리고 한없이 약해지고 나약하게 만드는…….” “국정원 위장부서 책임자께서 이제심리학도 공부하시나 봅니다. 뭐 마음대로 생각하십시오.” 말을 돌렸지만, 강우는 백실장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블랙요원으로 첫 임무에 공과 사를 구별 못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 마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어떤 고된 훈련보다 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블랙요원으로서 치명적인 단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