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정도는 알고 하는 게 낫지 않나요.” 남자의 말에 다정은 머리가 새하얘졌다. 이름까지 말하면서 관계를 맺는 건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아뇨. 모르는 채로 해요. 그게 더…….” “더?” 눈매를 바짝 올린 남자가 흥미롭다는 듯이 되물었다. “흥분되거든요.” 평소 같았으면 실언이었을 말이 다정의 입에서 당당하게 나왔다. *** 한 달 후. “드디어, 찾았네.” 눈매를 비튼 승조에게서 익숙한 체향이 났다. “저를 찾을 이유라도 있었을까요.” 다정은 얼어붙은 입술을 간신히 떼며 말했다. “몰라서 묻나, 알면서 캐묻는 건가.” 승조가 다정의 턱을 그러쥐며 치켜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