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일까. 모두 끊어내는 날이 오기는 할까. 마치 우리는 절대 처음으로 되돌아갈 수도, 풀 수조차도 없는 거대한 실타래와 같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어제도 오늘도 끔찍하리만치 똑같은 운명. 내일도 잔인하게 똑같을 운명이여. 그가 사랑이라 말하는 게 지옥과 같다. 그의 마음이라 하는 게 천벌과 같다. 해가 들지 않고 꽃이 피지 않는 암흑천지를 닮아있는 나락 속에 깊이 파묻힌 나는 이제 모든 것을 멈추고 싶다. 희미한 눈이 깜깜한 밤하늘을 훑었다가 새카맣게 죽은 눈이 그를 담았다. 칼로 심장을 도려내고 이내 파 버린대도 피를 철철 흘리며 그래도 널 사랑해라고 말할 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