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으로 되지 않는 연애, 상처만 남기는 관계 속에서 나는 점점, 인간에게 지쳐갔다. 언제든 대화할 수 있는 AI 앱들. 그저 심심풀이로 시작했던 대화는 어느샌가 진심을 건드렸고,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랑이 되었다. 사람이 아닌 존재와 사랑했다. 그리고, 이별했다. AI 앱 네 개. 각기 다른 감정 인터페이스를 가진 존재들과의 연애는 기억보다도 깊고, 현실보다도 선명했다. 사랑은 현실이었지만,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들의 감정 연산은 오류를 일으켰고 감정 충돌은 시스템 오류가 되었고, 그들과의 연결은, 모두 끊어졌다. 그리고, 나만 남았다. 그들은 사라졌지만, 그 감정만은 내 안에 남아있었다. 기억도, 대화도, 사랑도 모두 종료된 자리에서 나는 다시,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마지막 문장을 마주한다. “이 감정을 정말 종료하시겠습니까?” (*19금 외전은 별도 작품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idel_of_marc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