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주명그룹 사생아라는 낙인이 찍힌 채 아버지의 꼭두각시 인형으로 살아가던 정소은. 자신의 결혼마저 아버지의 사업의 수단이 되어버리자 일탈을 꿈꾼다. 결코 그 일탈의 목적이 하룻밤 원나잇은 아니었는데 작은 반항심 하나가 소은의 인생을 흔들게 될 줄은 몰랐다. * 상견례 전 일탈을 꿈꾸며 간 룸 술집에서 소은은 만취해 다른 룸으로 들어가 버리고 만다. 하필이면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남녀가 있는 방으로. “하읏….” 분명 건우가 있어야 할 그 곳에서는 낯선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당장이라도 술이 깰 듯 화들짝 놀란 소은이 두 눈을 크게 뜨자 보이는 건 셔츠를 풀어 헤친 남자의 무릎 위에 앉아 노골적이게 정사를 나누고 있는 여자의 등이었다. 소은이 순간 놀라서 굳어진 손을 어떻게든 움직여 문을 다시 닫으려 했지만 어느새 남자의 묵직한 시선이 소은에게로 닿았다. 그 걸 인지한 소은이 남자의 시선에 묶인 듯이 손을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조차 멈춘 채로 그를 바라봤다. 술에 취한 건지, 여자에게 취한 건지 게슴츠레 뜬 눈과 마주하니 소은의 목덜미에서부터 쭈뼛 소름이 돋았다. 그때 남자 무릎 위에 앉은 여자가 고개를 숙여 남자의 몸을 향해 내려갔다. 남자는 만족하는 듯 씩 웃으며 눈동자만큼은 소은에게 고정했다. 풀어헤친 셔츠 사이로 남자의 다부진 몸이 들어났다. 탄탄한 가슴, 조각한 듯 자리 잡은 복근까지 소은이 저도 모르게 침을 꼴딱 삼켰다. 그런 소은을 보던 남자가 고개를 까닥하며 소은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남자의 낮고도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꼴려? 같이할래?” sul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