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을 보는 겁 없는 여자 오해나의 앞에 잘생긴 얼굴에 피지컬, 업무력까지 완벽한 철두철미 냉정남 장서준이 나타난다. "혹시 퇴마도 할 줄 압니까?" "뭐.....라고요?" "아니면 잘 아는 분을 소개해주시죠. 이쪽엔 문외한이라." 혼령이 되어 제 몸을 멋대로 쓰는 쌍둥이 형 하준을 퇴치해달라며. "싫어요. 안 돼요. 못해요!" 해나의 완강한 거절에 서준은 한발 물러서고, 두 사람은 좋은 말(?)로 하준을 설득하자는데 뜻을 함께한다. 서준은 원활한 설득을 위해 해나를 비서로 고용하게 되는데..... ** 부사장실에서 나온 서준은 데스크에 분홍 립밤을 내려놓았다. "입술이 건조해 보이길래. 아, 오해하지 마십시오. 오 비서를 위해 일부러 퇴근길 중간에 내려 립밤을 사는 수고를 하진 않았으니까요." 다음날에는 토끼모양 키링이. "선물로 들어왔는데 쓸 일이 없어서." 다다음날에는 소금쿠키 상자가. "남았는데 주변에 줄 사람이 마땅히 없어서." 다다다음날에는 영화 티켓 두 장이. "시사회 당첨됐는데 갈 시간이 없어서. 냉랭하다 못해 까칠했던 남자가 왜 이러지? "오해나 씨는 내가 그렇게 싫습니까?" "예? 제가 언제 싫다고 했어요?" "그런데 왜 나만 보면 인상을 씁니까? 노 실장이나 최태영한테는 잘만 웃어주면서." "지금..... 질투하시는 거예요?" 예상치 못한 물음이었는지 그가 헛기침했다. 그의 귓바퀴가 터질 듯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 잠에서 막 깨어난 그가 눈을 휘며 배시시 웃었다. "나 보고 싶었어?" "하준이.....?" 그가 더듬듯 손끝으로 해나의 손바닥에 하트를 그렸다. 간지러운 떨림과 오묘한 전율이 등허리를 타고 내려갔다. "이렇게 만져보고 싶었어, 해나야." 순진한 반달눈에 그렇지 못한 열망이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