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수술 도중 찾아온 트라우마의 순간, 손이 멈췄고 환자는 죽었다. 그날 이후 정시후는 병원을 떠났다. ‘신의 손’이라 불렸던 외과의는 사라졌고, 이제 그는 뒷세계에서 불법 수술을 전담하는 ‘그림자 의사’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조직이 반쯤 죽은 청년 하나를 시후에게 내던진다. “살리든 말든, 네 맘대로 해.” 청년의 이름은 한도헌. 의대생이라는 신분만 남은 채, 조직 간 충돌에 휘말려 심각한 뇌손상을 입고 쓰러진 상태였다. 하지만 시후는 망설이지 않았다. 손에 다시 메스를 쥐고, 뇌를 열었다.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던 도헌을 살린 이유는 단 하나— 애초부터 ‘쓸 생각’이었으니까. 말 잘 듣는 머리 좋은 애송이. 죽여도 상관없는 몸. 어차피 병원 밖에서 살려둬봤자 흔적도 안 남을 놈. 하지만 정시후는 몰랐다. 그 ‘따까리’가 상상 이상으로 고집 세고, 물처럼 끈질기며, 말도 안 되게 정의감에 미친 놈일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