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기 싫으면 술이나 따라 볼래요, 성태림 아나운서?” 듣는 순간 3년 전 비 오는 덴마크의 거리가 연상되는 목소리였다. 엄마의 스폰서 제안을 뿌리치고 도망친 코펜하겐. 무일푼이었던 아나운서 지망생 성태림은 TN 그룹 원지후에게 돈을 빌려주면 책을 읽어주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렇게 함께 6개월을 살았고, 사랑했다. 성태림은 원지후를. 원지후는 성태림을. “내가 너랑 6개월을 같이 살았지, 연애를 했니, 잠을 잤니?” ……그럼에도 감히 우러러볼 수조차 없는 남자라서 모질게 버렸을 뿐인데. 3년 후, 원지후가 이 ‘회담관’으로 태림을 찾아왔다. “너 여기서 스폰서 받는다며. 나도 한번 접대해 보든가.” 새카만 눈동자 안, 이전에는 없었던 증오의 불꽃을 터뜨리며. *** “내가 미우면서 자꾸 나타나는 이유가 뭐야? 나한테 원하는 게 뭐냐고!” “나? 너.” 간결한 턱 끝이 향한 원지후의 열망은 오로지 성태림이었다. “나 너 아니면 안 서. 애는 낳아야 하니까, 굳이 결혼하려거든 나랑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