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나의 신부로 바쳐졌으니까, 반려라고 불러야지.” 흑룡의 신부라는 이름으로 들어간 숲속에서 나타난 건 무시무시한 도마뱀이 아니라, 뽀짝한 새끼 흑룡이었다. 소년은 자신을 흑룡 세이그람이라 소개하며, 제 저택으로 들였다. “쪼그만 애가 어디서 어른을 놀리니?! 너, 부모님은 어디 계셔?” 이블린을 '반려'라고 부르며 달라붙는 쪼꼬미 흑룡이 귀엽기만 한데, 자꾸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 * * 어라? "이블린. 날 똑바로 봐.“ 신부라는 이름으로 편안한 보모 생활을 즐기면 되는 줄 알았는데, 떡하니 눈 앞에 성년이 된 흑룡이 나타났다?! 체구가 커지고 가슴통이 넓어져, 단추는 뜯어져 나갔고……. 제 앞의 귀여운 아이는 어디 가고, 거대한 맹수를 닮은 한 남자가 씨익 웃는다. "한 번 더 해 주면 안 될까?“ "뭐, 뭐?" "한 번 더, 응?“ 금빛 선연한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했다.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줄 입맞춤이 갈급한 흑룡이, 나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나, 설마 이대로 잡아먹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