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씨의 혼약자 자리를 받아가고 싶습니다.” 부모를 잃고 혼자 살아가던 연은 지독한 흉년을 견디지 못하고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산에 오른다. 그러던 중, 꼭 귀신에 홀린 것처럼 발이 닿은 산 속의 기이한 저택에서 자신만을 기다렸다는 남자를 만난다. “단 백 일만 머물러 주시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꿈…… 그래, 긴 꿈을 꾸신 것과 같겠군요.” 결코 거짓이 아닌 듯한 순수하고도 간절한 목소리. 태어나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남자의 청혼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거절할 수 없었다. 바람이 불고 눈발이 날리는 겨울의 산 속, 마치 다른 세계인 것처럼 꽃이 만발하고 공기 따사로운 기묘한 저택에서 연은 그의 백 일짜리 혼약자가 되기로 결심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