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내가 왜 앨버트를.. 난 아니야 내가 죽인 게 아니야." 아이리스는 피를 토하듯 외쳤다. 지금은 언니의 남편이지만 한때는 내 전 약혼자였던 앨버트 그와 나는 같이 천대받던 사이였다. 사생아와 사생아끼리의 약혼 내가 먼저 그를 멸시했다. 내가 먼저 그를 밀어냈다. 그가 날 떠날 때까지. *** "그래 내 남편 앨버트가 죽을 때 이런 말을 하더라. 아이리스... 아이리스..라고." 그런 앨버트가 내 이름을 부르고 죽다니? * "네가 나 몰래 앨버트와 밀회를 즐긴 거라면 그래서 마지막에 네 이름을 부른 거라면 이 언니는 차라리 죽는 게 좋겠구나." 기사의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언니의 몸도 차가워졌다. 결국 나는 언니를 살리고자 내 목숨을 대신 바쳤다. 그런데... "앨버트가 널 살리겠다고 나랑 결혼해 내 발밑에서 설설 기었던 게 참 귀여웠는데 마치 충직한 개와도 같았단다!" "월월 월-" 눈앞이 흐려지는 순간 이미 내가 알던 언니의 모습은 없었다. * "널 두 번 다시 놓치지 않을 거야. 아이리스. 아니 아리." 제 머리칼을 어루만지는 남자의 뜨거운 손이 점차 내 뺨을 어루만진다. 소중한 무언가를 만지는 듯한 손길. 아이리스는 그대로 두 눈을 감고 그에게 기대고 싶은 안일한 충동이 깃들었다.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일까? 이번생의 그와 난 모르는 사이여야 했다. 그저 저 멀리서 자신을 위해 죽은.. 살아있는 그를 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 뿐이었는데... 과거와는 전혀 달라진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그의 눈이 어둡게 내려앉았다. "아이리스. 나를 보면서 넌 누굴 생각하는 거지?" 제 뺨을 어루만지는 남자의 손 끝이 일순 내 입술에 닿았다. "묻잖아 아리. 어떤 빌어먹을 개자식을 생각하는지." 그의 눈은 처음 보는 날 것의 감정이 서려있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날 버리지 마 제발." 다가오는 그를 피하며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손톱이 살을 파고들 만큼 주먹을 쥐었다. "아리. 내가 널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아?" 하지만 그의 말에 나는 또 한번 굳어버리고 말았다. "날 이용해 아리. 난 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