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남편 역할 기대하지 마.” 스물세 살의 한소윤은 바보 같았다. 언젠가는 윤성도 자신과 같은 마음이 될 거라고 믿었다. 자신이 손을 놓아 버리면 끝날 관계. “그만해요, 우리.” “뭐?” “나도 사랑받고 싶어요.” 어쩌다 짐 더미가 되어 버린 걸까. 홀로 크루즈 난간에 기대어 있던 순간 중심을 잃은 소윤의 몸이 휘청거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였기에 소윤을 구해 줄 사람은 없었다. 차가운 바닷속으로 빠지며 간절히 빌었다. 다시는 윤성을 사랑하지 않기를……. * * * 눈을 떴을 때는 이전과 다른 그가 있었다. “내 품이 편할 거야. 우린 매일 안고 잤거든.” 늘 차가운 눈빛과 작은 애정조차 주지 않던 모습은 사라졌다. 거짓을 연기하던 소윤의 마음은 또다시 흔들리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