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아.” “응.” 갑자기 달아오른 온도가 저 바닥까지 처박히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감정이라는 것은 언제나 그랬다. 한순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가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완전히 식어버리는 것. “잘 지내.” 여름과 예찬의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잘 지내라는 그 한마디로 깨져버리는 약하디약한 사랑이었다. *** “안녕, 나 기억해? 한여름.” 여름은 생각했다. 예찬이 사고가 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것도, 정신없이 그에게 내달리다 사고를 당한 것도. 어쩌면 신이 주신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바꿀 수 있어.’ 지금의 한여름은 더 이상 어리지 않았고, 붙잡아 볼 용기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시작부터 예찬의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바꿔 볼 생각이었다. 우리가 서로의 미래에서도 여전히 소중한 사람으로 옆에 남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