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세는 자들』 숨이 사치가 된 세계, 감정은 과세 대상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숨을 쉬기 위해 사랑을 잃었고, 어떤 사람은 사랑을 지키기 위해 숨을 버렸다. 그리고 나는, 숨을 쉬기 위해 기억을 팔아야 했던 아이였다. 진나래. 폐가 약한 생존세 1급 등록자. 숨은 많을수록 벌금이었고, 감정은 오래 붙잡을수록 죄가 되었다. 사람들은 아침마다 숨 통계 앱을 켜고 ‘오늘 몇 번 숨 쉴 수 있는지’를 확인하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울지 않기 위해 거울을 외면했고, 누군가는 웃지 않기 위해 매일 입술을 다물었다. 나는 그 모든 감정을 참는 법을 배워야 했다. 살아 있으려면, 느껴선 안 되니까. 그런데 그날— 내 안에 오래전 잊혀진 무언가가, 숨을 쉬었다. “나래야. 넌 아직 살아 있구나.” 정령 이안. 기억을 들숨으로, 감정을 날숨으로 바꾸는 존재. 그는 나의 숨 속에, 나의 어머니 기억 속에 숨어 있었다. 그를 만난 순간, 나는 처음으로 숨을 쉬는 게 죄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사랑이, 감정이, 세금을 넘어선 '무언가'라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세상은 나를 ‘정서폭발 병원체’라고 부른다. 숨을 과세하고, 감정을 통제하고, 기억을 파는 시스템 속에서 나의 숨은, 체제에 대한 반란이 되었다. 그 반란에 첫 번째로 반응한 사람은 나를 감시하던 남자였다. 서진우. 그는 내 모든 숨을 기록하면서도 한 번도 나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감정을 숨기며, 나를 지켜봤다. 그리고 결국, 그는 시스템을 버리고 내 편이 되었다. 또 한 사람, 감정 상담사 노아진. 항상 웃고, 다정하고, 내가 무너질 때마다 “괜찮다”고 말해주던 사람. 하지만 그의 내면엔 네 개의 인격이 있었다. 사랑을 연기하는 감정, 질투를 연기하는 감정, 그리고—진심마저 연기해버리는 감정. 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숨’을 선택해야 했고, ‘사랑’을 감정이 아닌 진실로 만들 수 있어야 했다. 『숨을 세는 자들』은 숨이 통제된 사회 속에서 감정을 억제당한 사람들이 어떻게 다시 ‘살아 있는 존재’로 각성해가는 이야기다. 이건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다. 감정을 잊고 살아가는 시대에 던지는 질문이다. “당신은 오늘, 몇 번 숨 쉬셨나요?” “그 숨은, 당신의 것이 맞나요?” 나는 이제, 그 숨을 ‘살아 있다는 증거’로 삼으려 한다. 그리고 그 숨에—사랑을 담기로 했다. 『숨을 세는 자들』은 기억, 감정, 생존, 그리고 사랑을 ‘세금’이라는 기괴한 프레임 안에 가둔 세계를 한 소녀의 감정 폭발로 뒤흔드는 감성 SF 판타지다. 우리는 모두 숨 쉬는 존재다. 그러니까, 살아야 한다. 숨을 쉬는 당신에게, 이 이야기를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