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약혼자의 바람과 혼전 시집살이, 그리고 나날이 늘어만 가는 빚더미. 깊은 수렁에 잠식되어가는 은재를 찾아온 한 남자. “고민했어요. 서은재 씨가 가진 빚을 모두 없애주면, 그쪽이 내게 그만한 값어치를 할 수 있을지. 근데 제법 괜찮은 거래가 될 것 같단 말이지.” 남자는 은재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한테 생긴 스캔들. 나는 제대로 이용해 보고 싶어서.” “…….” “가장 핫한 재벌가 3세와 진탕 뒹굴어줄 난잡한 파트너. 내가 서은재 씨한테 원하는 건 그건데.” 악마가 속삭이는 것처럼, 미친 소리를 하는 남자는 미치도록 찬연했다. “어때요. 내 파트너가 돼보는 건.” 은재는 기꺼이 그 손을 잡았다. 이미 진창이나 다름없는 삶. 추문 하나 더한다고 달라질 건 없었기에. 그렇게 맺어진 계약 관계. 순조로운 시작과 달리 채무 관계는 빠르게 틀어지기 시작했다. 사랑은 계약서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은, 예기치 못한 복병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