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키스해 봐요. 그럼 놔줄 테니까.” 무려 10년 동안 스스로를 평민으로 믿고 살아온 차기 공작 이슈타르 마린하츠. 귀족을 혐오하는 이단아에게 완벽한 가정교사는 그저 쫓아내야 할 불청객에 불과했다. ……그랬는데. 분명 이 여자가 미치도록 싫었는데. “인정하겠습니다. 당신 때문에 내가 미치겠다고요…….” 이슈타르는 알 것 같았다. 자신이 이 가정교사에게 완벽히 졌다는 걸. 이건 항복이자 자백이자 동시에 원망이었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나는 당신 첫사랑, 당신이 결혼할 뻔했던 전 약혼자, 당신이 아무렇지 않게 웃어 주는 잡놈들. 이젠 심지어 내 친구까지 질투하고 있어. 여기서 조금만 더 미치면 그땐 당신이 덮고 자는 이불까지 질투하게 될지도 몰라. 당신은 사실 이 나라 최악의 가정교사인 게 분명해. “……분명히 말씀드릴게요, 이슈타르님. 저는-.” 그리고 당신은. 멋대로 나한테 다가오고, 멋대로 거리를 정한 당신은. “단 한 순간도 소공작님을 이성으로 여긴 적이 없습니다.” 또 한 번 나를 밀어내려고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