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동네 서을에 화려한 전학생이 등장했다. "남자래. 그것도 겁나 잘생긴 남자!" 그러든가 말든가. 그때까지만 해도 율은 인기 많은 훈남 전학생과 자신과는 어떤 접점도 없으리라 생각했다. 몸이 아픈 자신은 교실에서 외딴섬과 같은 존재였고, 부유한데 잘생기기까지 한 전학생은 저 높은 태양과 같은 존재처럼 느껴졌으므로. 하지만... "좋아해, 율아." 허구한 날 자신의 이름만 부르던 그가 그리 말했다. 좋아한다고. "오늘 밤 버드나무 아래에서 대답 기다릴게." 서서히 스며든 사랑이었다. 정신 차려 보니 율이도 어느새 그를 좋아하고 있었다. 율이는 주체할 수 없는 마음으로 밤이 되길 기다렸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갑자기 마을을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8년 뒤, 두 사람은 상사와 직원의 관계로 다시 조우했다. "보고 싶었어, 율아. 미치도록 네가 생각났어. 그동안 수없는 만약을 상상했고, 만약 너를 다시 만난다면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 너를..." 시들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사랑이 싹 트는 소리가 들렸다. 가랑비에 옷 젖듯 다시 마음이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