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직전까지 내가 가장 사랑했던 이야기. 그런데 눈을 떠보니, 그 속의 악역 공녀가 되어 있었다. 문제는—— 이건 내가 알던 원작이 아니라, 개정판이라는 점이다. 죽었어야 할 사람이 살아 있고, 날 미워하던 사람이 갑자기 다정해졌으며, 결정적으로, 모두가 이 세계를 진짜 현실이라 믿고 있다. 나만 빼고. 틀어진 설정. 비어 있는 기억. 내가 알던 미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이 이야기를 다시 쓴다. 악역이 아니라, 나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