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요.” 어머니의 장례식이 끝난 날, 아내가 이혼을 통보했다. 언제나 뒤에서 묵묵히 그를 지지했던 아내의 눈엔 마치 할 일을 모두 끝낸 양 미련 한 톨 남아 있지 않았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말해요.” “의미 없어요.” 맞선을 보고 결혼하자마자 일어난 시아버지의 죽음, 길디긴 시어머니의 간호. 갑작스러운 승계를 위해 일에 몰두하는 남편. 모두 아내가 지칠 만한 것이라 납득하려는 찰나, “당신에게 애정도 없고 사랑도 없어요.” “그런데 어쩌지, 나는 그게 있는데.” 떨어진 아내의 말에 줄곧 움켜잡고 있던 도현의 손등에 힘줄이 불거졌다. “앞으로는 내 옆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만 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