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였다. 꽤 늦은 새벽 멀끔하게 검은 수트를 차려입고 온 열병과도 같았던 첫사랑. 정하빈. 벌건 눈을 하고 툭 쓰러질 것만 같은 여자를 보며 침묵을 깬 남자의 한마디. "이리 와. 이예린" "어떻게 왔어...? 런던에 있는 거 아니었어..?" "연락 받자마자 바로 비행기 탔지" 두 사람에게 당연한 침묵이 이어졌다. "나 있을 때 실컷 울어” 고작 스물셋. 가장 찬란하고 빛날 나이에 예린은 그를 잃었고 6년이 지나 그 남자의 품에 안겨 또 한 번 무참히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