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도 돈도 자존감도 없는 여자 서영. 모든 걸 가졌지만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큰 남자 건우. 미운 오리들의 애틋하고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 --------------------------------------- "우리 엄마는요. 언니는 동거해도 되는데 저는 안된대요. 머리 빡빡 밀어서 집에 가둬둔대요" "이유가 뭐죠?" "제가 백수라서 안된대요. 진짜 세상이 불공평한게 좋은 유전자를 언니한테만 몰빵해줬어요...언니는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해서 S대 경영학과 나왔구요..저처럼 머리가 곱슬도 아니고..아 언니 직업은 회계사구..결혼할 남친은 변호사고..그 오빠는 저도 잘 아는데 언니 첫사랑이에요" 건우는 불평을 늘어 놓는 그녀의 눈빛이 뭔가 슬픈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부럽잖아요. 드라마처럼 첫사랑과 결혼...게다가 그 오빠는 언니만 바라보거든요. 그 오빠가 언니를 고1때 처음 봤는데 그때부터 언니 한 명만 사랑했대요..나한테는 왜 그런 남자가 없었는지…" “그런 남자…생길 수도 있죠. 앞으로는..” 그는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에이…과연…아닐껄요?” 서영은 입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이미 진정한 사랑 따위 포기한지 오래되었다. “그래도 언니보다 나은게 딱 하나 있는데 제가 키가 훨씬 커요. 언니는 160센티인데 저는 167센티거든요. 그리고 최근에 언니보다 나은 점이 하나 더 생겼어요. 맞춰봐요" "음...뭘까요.." "바로 본부장님!" 서영은 두 손을 건우 쪽을 향해 뻗었다. "언니는 재벌 친구 없을걸요?" "우리가...친구...사이에요?" 친구라고 하는 그녀의 말에 건우는 왠지 서운했다.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 스스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럼요. 물론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긴하지만...친구는 친구죠. 같이 이렇게 기차도 타구" 그는 말 없이 미소만 지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언니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우리 언니 이쁘죠? 유전자 조합이라는게 참 신기하다니까요..어떻게…못난 것만 다 나한테 왔는지.." "서영씨" "네?" 건우는 의아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서영을 향해 말을 건넸다. "서영씨도 예뻐요" "네??" 자신을 예쁘다고 칭찬하는 건우의 말에 서영의 얼굴이 붉어졌다. “서영씨도 예쁘다구요” “...”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건우의 말에 서영은 뭐라고 대답할지 몰랐다. 살면서 누구도 저렇게 진심인 눈으로 그녀를 예쁘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타닥타닥 쏴아—----’ 침묵을 지키며 서로를 바라보는 서영과 건우… 그들 사이의 고요함은 하염없이 내리는 빗소리가 채우고 있었다. lucia_tealov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