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일은 어느 날을 기억한다. 서늘한 낯빛의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졌던 민재승의 따스한 손길. 그 사이로 보였던 민재승의 얼굴에는 세상 그 누구보다 따뜻한 미소가 담겨 있었다. 위안, 그 자체였던 민재승의 눈빛, 민재승의 온도, 그리고 그렇게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 듯한 민재승의 목소리─ "세상을 원망하지 마. 다만 너를 상처 입힌 사람을 향한 최고의 복수는, 그가 너를 가장 필요로 할 때, 그 곁에서 가차없이 사라져 주는 거야."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와서야 비로소 정상일은 알 것 같다. 그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