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겼다. 그래. 네가 처음이었다면 미안하다. 근데 난 너랑 사귈 생각이 전혀 없고, 책임지라는 건 농담이지?” 힘겨운 취준생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온 서채민. 그리 사이가 좋지는 않았지만 아주 오랜 친구 남남균과의 어색한 술자리는 알코올을 핑계로 단숨에 친구 사이를 넘게 만든다. 같이 밤을 보낸 후 잊고 싶은 채민과는 달리 거침없이 다가오는 남균이 당황스럽기만 한데……. “부담스러우면 천천히 시작해도 돼. 썸부터 타지 뭐.” 유서 깊은 종갓집 종손 남남균. 생각 없어 보이고 뚜렷한 직업도 없는 듯하지만 사실은 건물을 몇 채나 가진 건물주. 마음을 자각한 남균은 제 처음을 가져간 채민을 향해 직진남의 면모를 뽐내며 다가간다. “진심이야. 네가 나 책임져야지. 사귀지도 않는 사람이랑 막, 그럴 순 없지 않아? 난 봉주 남 씨의 종손인데?” “미친. 종손은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냐? 너 논어를 너무 많이 읽더니 좀 이상해진 거 아니야?” “책임지기 싫으면 책임질 일을 하면 안 됐던 거지.”